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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있는/볼만한

[도서] 2인조 (이석원, 2020)

by 어꼬치 2021. 1. 31.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수백 수천이 있어도 .  그래서 내가 이 지구 위에서 숨쉬며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 중 그저 하나의 개체일 뿐이라 해도 .  그런 평범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담담함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


 

 

요즘 “놀면 뭐하니”를 재밌게 본다. 유재석이라는 예능인이 카놀라유, 유산슬, 지미유 등 다양한 부캐를 통해 새로운 영역에 새로운 모습으로 서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는 유재석이다.

 

<2인조>

 

 

이석원의 ‘언제 들어도 좋은말’을 인상깊게 읽었던 나는, 2인조 제목을 보고 ‘혹시 새로운 연인을 만나셨나?’ 하는 추측을 하고 책을 읽었다. 하얀 커버로 쌓인 책의 본래 표지는 까망단색의 책이다. 표지가 그의 평소 글과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다 읽고 왜 이책의 커버와 표지가 이러한지 이해가 되었다.

 

2인조는, 요즘 뜨고 있는 ‘부캐’를 연상하게 한다.

내 안에 또다른 내가 있는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 아닌가.”(p.231)

 

저자는 나안의 나, 또다른 나, 항상 곁에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2인조라는 제목으로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음악과 글쓰기 2개의 일을 병행하던 저자는

자신이 음악을 돈벌이 이상으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을 깨달으면서 음악을 접고, 글쓰기만 하게 되었고, 음악과 글쓰기의 줄타기에서 지칠 때는 그것들이 서로의 탈출구가 되어줬었는데, 이제 그 하나의 영역이 사라지고(그 사이 다른 일들도 있었던 것 같음) 몸도 마음도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시기를 겪은 것 같다.

자신을 돌보기 위해 정신의학과를 다니기 시작하고, 취미 비슷한? 자기가 좋아할 만한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 자체와 거기서 만나는 사람을 통해 조금씩 회복의 문이 열린다. 고통에서 회복, 그리고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한 보고서다.

 

목차는 1월부터 12월까지 저자의 한해를 경과보고 하듯 기록하고 있다. 1월부터 봄이 오기 전까지 저자는 힘들고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던거 같고 봄이오고 차츰차츰 회복을 해 나가는 자기전기를 작성했다.

상반기까지는 저자 회복 기간중이어서 그랬을까? 이석원 산문집이라는 기대와 달리 “자기계발서”마냥 이래라 저래라 코칭을 늘어놓고 있는데 저자 본인에게 본인을 다루는 매뉴얼을 쓰느라 그랬던 것 같다(혹은 저자가 삶의 연륜이 쌓이면서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거 많았던가)

 

하지만 역시 이석원이다. 하반기부터, 특히 가을 겨울에 와서는 저자의 회복이 느껴졌고, 이전의 이석원의 글처럼 담백하고 자조적인 이야기로 훈계하지 않아도 독자로 하여금 그가 얻은 삶의 교훈을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있었다.

 


★이책은 내가 들키고 싶지 않은 찐따같은 내가 여기있다고 알려주었다.

 

책을 읽으며 상반기에 나오는 저자의 모습은 사실, 나와 너무 닮아 있어서 저자를 응원하면서 읽었다.

나는 나 때문에 누구 한사람이라도 불편해지는 상황이 생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다는 리트리버처럼...(P.20)”
어떻게든 상대를 안심시키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처럼 말했다. 당신에게 완벽하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듯이”(p.18)
결심하고 실선차히 않고 또 깨닫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는...”

 

저자는 이런 자기 모습에 한심해하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솔직한 고백을 하였다. 나역시 그래서 나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위안이 되었고, 사실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단 저자의 설득처럼 나도 그래보자고 생각했다.

 

또한 저자는 부모님을 부양하고 집안일에 돈을 부담하는데서 기쁨과 보람을 느껴왔지만, 이러고나면 마음에 허기가 져서 그렇고 가족들에게 돈을 쓰고나면 저자 본인한테도 꼭 그만큼을 써야 심리적 갈증을 해소되는 상태가 되었다고 말했다(p.89)

 

이 책을 읽은 날 나는 아버지 환갑기념데이를 위해 연가를 내고 새벽부터 돈과 시간을 써됐는데... 아버지 환갑기념이벤트를 마치고 오후 3시가되자 뭔가 허하고 아쉬어서 나를 위해 머리를 자르고, 책을 사고,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이 위 페이지에 딱 박제되어 있는 것 같아서 쓴웃음이 나왔다.

 

특히, 저자가 셔츠수선을 위해 방문했던 청담동수선집 전투기는 웃프게 나랑 닮아있었다.

왜 나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걸 두려워하는 걸까. 왜 항상 그냥 내가 바보 되고 손해보고 마는 쪽을 택하는 걸까.”

사실 솔직하게 감정없이 대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냥 현상에 대해 감정없이 사실과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나는 감정을 너무 고려해서 바보처럼 굴었던 것 같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2인조라고, 내 안에 또다른 내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코 잃을 수 없는 내 편이 하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종종 까먹는다”(p.231)

결론은 이러하다.

 

 


★가장 의미있게 다가온 ...

설탕 들어간 음료수 한 병 때문에 언젠가 암에 걸린다 해도 나는 두렵고 막막할지언정 오늘을 후회하지는 않을 거다. 내가 지금 마시는 이 음료수 한병은 그냥 음료수가 아니다 내 최소한의 인간다움의 상징이기 때문에(p.228)

▶우리는 건강과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건강하지 못하거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선택을 제단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믹스커피 한봉지가 최소한의 인간다움이라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과거 여성을 전리품으로 묘사했던 전작을 수정하는 작업을 하면서...“책을 낸 지 칠년 만에 내 글에서 내가 여성을 보고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쩌면 경우에 따라서는 책을 통째로 다시 써도 모자랄 거대한 변화였다...처음에는 주로 글을 위한 수정, 다시 말해 어떤 개인적 수정에 머무르던 것이 점차 사회적 수정으로까지 확대되어 갔던 것이다(p.288)” 
오늘도 수정은 계속된다. 글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작가로서도.”(p.295)

 

 


읽게 된 이유

아빠 환갑으로 연가를 내고, 새벽부터 착한 딸 노릇을 하느라 힘들었다. 아버지가 자기 집으로 가고 3시가 되어 겨우 얻은 나의 시간. 시원하게 이발을 하고, 책방에 가서 연구모임에서 읽을 책을 한참 둘러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책이 없었다. 책방에 너무 오래 있던게 미안했고(1시간도 안된다.) 책을 찾아달라고 점원에게 부탁했던 수고도 미안해서 바보처럼 아무책이나 하나 사서 나와야지 하고 있었다. 결국 마음에 들지 않은 책을 들고 나오다가 “어, 이석원 산문집이네!” 책을 밀봉되어 있어 목차조차 보지 못했지만 1시간 동안 뒤적거리고 읽어본 책들은 두고 그냥 저자의 이름만 보고 들고나와 계산을 했다. 집에가면 저녁을 차려야 할 시간이라 집에가기 싫어 책들고 카페로 가서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