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고있는/볼만한

[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2020.12)

by 어꼬치 2021. 2. 13.

 

 

독서기간: 2021. 2. 3. ~ 13. 

 

총평

이 책은 “꺼내 먹어요(Zion.T)”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일에 지친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침대 위에서 나를 위로해주는 그런 초콜릿 같았다.

박완서님의 생전 작들 중에 손꼽을 이야기 35편을 추려 묶어낸 책이다.

책 표지도 이쁘고, 책에서 나는 냄새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게 침대 머리맡에 두고 보길 추천한다.

 


 

​part1. 마음이 낸 길 (pp.1~59)

느낀점:

내가 만든 마음의 길이 무엇인지에 따라 도착하는 곳이 달라진다는 것

p.17~18(요약구성) , 지하철 옆자리 남성이 자기집 안방처럼 거침없고 눈치없이 행동하여 그런 남자 옆에 앉았다고 불쾌했다. 불쾌함을 잊기 위해 젊은 여자를 보며 그 여자의 모자를 유심히 관찰하던 차에 옆자리 남자가 젊은 여자에게 자릴 양보한다. 임산부였던 것이다. 남자가 눈치없다 생각했던 저자 본인도 이때 눈치없이 앉아있는 사람이 됐고, 눈치없다 생각한 남자는 눈치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저자는 길에서 잠시 마주하는 낯선사람에 대해 저자 나름대로 이유를 붙이고 추측한다.

그것때문에 상대를 불쾌하다 느꼈다가, 또 가슴 간질거리는 따뜻함을 느꼈다가 한다.

낯선사람은 변한게 없는데

낯선사람을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내마음이 냉온탕을 오고간 것이다.

 

part2. 꿈을 꿀 희망 (pp.60~97)

조금 덜 바빠져야겠다. 너무 한가해 밤이나 낮이다 꿈만 꾸게는 말고, 가끔가끔 단꿈을 즐길 수 있을 만큼만 한가하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계획 밖의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길 소망하면서 가슴을 두근대고 싶다.(p.67)

 

느낀점:

파트2를 읽는 동안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저자가 생활에서 느끼는 것들을 옮긴 글에서, 나의 비슷한 경험을 떠올려보았다.

저자가 마음의 안식처로 삼은 '수녀원 언덕방'을 보며, 나에게도 그런 곳(부산)이 있었던걸 기억해냈다.

저자가 구두장에 있던 '300여 컬레의 헌신짝'을 정리하는 장면을 보면서, 새 꿈을 꾸고 다시 설레이려면 묵은 헌신을 버려내야 새롭게 설렐 자리가 생긴다는 것이 새삼 다가왔다. 이제 나도 훌훌 털고 새로이 설레고 싶다.

아쉬운점:

시대배경이 묻어나는 말씨를 '편집자 주'를 달아 좋았는데, '장애자', '심신장애자'와 같은 낡고 좋지 않은 어감의 말들에도 '편집자 주'가 달렸으면 좋았겠다

 

 

당신의 언덕방은?

 

 

 

part.3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 (pp.98~141)

깎아지른 듯한 벼랑에 홀로 비상할 것처럼 활짝 핀 그의 자지러지게 고운 날개엔 마침 석양이 머물고 있었다...어려서 할머니 등에 업혀서 바라본 저녁 노을 빛깔...(p.114)

 

"당신이 기억하는 등은 어떤 등 인가요?"

 

 

느낌점:

같은 시대와 시간이 아니라도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글이다.

1982년의 박완서님이 어린시절 할머니 등 위에서 본 노을을 회상한다

2021년 내가 떠올리는 등은...

꼬맹이시절 큰이모 등에 업혀서 이모네집 마당 하늘을 덮은 물방을이 촉촉히 내려앉은 초록포도들이 그립다.

그 시절 이모가 등에 나를 올려두고 불러주던 우스운 노래도 ....

 

박완서의 등은 주황빛

나의 등은 초록빛~♡

 

 

part4. 사랑의 행로(pp.142~181)

 

해마다 키를 재보고 잘 먹고 무병해서 키가 많이 자란 놈을 칭찬해주는 할머니가 성적부터 묻고 안달을 하는 할머니보다 훨씬 귀여울 것 같다 (p.181)

 

 

느낀점: #내리사랑 #도는사랑

할머니가 손녀(박완서)를 사랑해주신 기억,

엄마(박완서)의 자식에 대한 사랑,

할머니(박완서)의 손주에 대한 사랑,

다시 자식을 잃은 사람(박완서)이 손주를 통해 사랑하며 살기운을 차리는 모습에 코끝이 시큰했다

 

 

part5. 환하고도 슬픈 얼굴 (pp.182~237)

느낀점: 어머니가 딸(박완서)에게 투영한 것은 어머니의 삶에서 이루지 못한 무엇을 바란것은 아닐까... 또 그 어머니의 딸(박완서)는 자기 삶에서 놓친것을 딸에게...

 

 

part6. 이왕이면 해피엔드 (pp.238~끝,287)

그 옛날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달게 먹었다그리고 남편을 떠나보낸 고통이 순하게 치유된 자신을 느꼈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p.252

 

시간이 지나면 정말 치유가 될까... 가족의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모든 가족들에게 그런 치유가 있으면 좋겠다.

 

느낀점: 이 세상에 왔다면 누구나 한번은 다시 돌아가야한다. 다녀가는 이세상에서의 나는 어떤 모습을 남기고 갈까...